사진을 올리려고 이 파일을 열었을 때 눈물이 맺혔다.
저 하늘 아래 표정. 그리고 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친구.
이곳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
요즘 혜인 법우님이 저렇게까지 해맑에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그리고 그 사연이 떠올라 울먹.
백혜인 소감문.
1. 여기는 필리핀이야. 민다나오? 가가호만? 여하튼 산 몇 개를 넘어 정말 그 누구도 살지 않을 법한 그런 곳. 여기에도 마을이 있더라. 여기서도 난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건 세상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떠난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여전하지만 말야.
2. 가가호만은 가난해. 주식으로 고구마를 먹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더욱 가난하다. 내 마음은 너무 가난해서 하늘의 별을 바라볼 여유도, 다른 이들을 들여다 볼, 눈을 맞출 여유도 없었어. 이 곳을 찾은 이유도 계속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함이었어.
그 누구도 살지 않은 법한 그런 곳.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이 사람들은 온갖 비싼 물건들로 몸을 치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우리들보다 더 위엄있어 보인다. 그리고 저녁이면 음악에 맞춰 아무 거리낌없이 서로 어울려 춤을 추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가면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더라.
2-1. 여기서 알게 된 친구 에이아에게 꿈이 뭐냐고, 무얼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없다고... 지금이 행복하단다. 일곱 식구들 먹여 살려야하는 19살짜리 소녀의 천진하고, 예쁜 웃음이라니... 참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단다. 나는 무얼 찾고, 무얼 기대하며 사는 것인지...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3. 나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 조금은 무섭다. 대충대충이란게 없거든. 그리고 원칙과 소신, 자기수양과 이타심. 나랑은 무지 다른 사람들이다. 도동과 트렐 아줌마... 민다나오의 평화를 꿈꾼다는 그들. 한사람의 힘... 참 많은 일들을 해내는구나... 하는 생각.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념?
4. 어딘가로 떠나온다는 건 자신이 있던 자리를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 내일 이곳을 떠난다. 산 여러개를 다시 넘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가서야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의 의미를 찾아갈 것 같다. 그냥 무작정 왔듯이 또 그렇게 무작정 떠난다. 그치만 언젠가 하루가 지치고 힘들면 이곳을. 그네들의 웃음을 떠올릴 수 있기를... 그리고 여기에 나 스스로 왔듯이 모든 것이 나 스스로의 선택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