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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2007/04/02 02:05 from 분류없음
맥모닝으로 아침을 때우는 건 그닥 상쾌한 일은 아닌지라

매일 아침 KFC앞을 지나며 본 할머니에게 김밥을 샀다.

매일 아침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몇 년씩은 본 것 같이 김밥을 사지 않아도 인사하는 할머니.


버스정류장으로 가며 김밥을 먹었다.

와삭.

왈칵.



김밥 한 개째,
눈물이 나온다.

수많은 김밥을 먹었지만 우리 엄마가 싸준 김밥과 똑같은 맛은 처음이다.


김밥 두 개째,
한번도 기억해보지 않았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소풍날 아침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좁은 부엌 바닥에서 엄마는 김밥을 쌌다.

누나들과 나는 김밥을 썰 때까지 왔다갔다하며 기회를 살피다가

꼬다리를 아침으로 먹곤 했다.

엄마는 무슨 마음으로 김밥을 쌌을까.

또 눈물이 나온다.



몇일전 엄마가 문자를 보냈다.

<집에못올땐연락해주면좋겠다.문자라도..>

그리고 어제 엄마가 문자를 모냈다.

<어젠어디서잤니.카드값나가라고입금했고핸드폰비도있을것같아입금해놨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김밥을 쌌을까.

불쌍한 엄마. 나는 문자를 받고 짜증이 났다.

'아, 왜 또 간섭 시작이야. 조금 잘해주면 금방 다시 시작이구나.'

내가 인간이 지랄 같아서, 엄마는 나한테 전화도 못한다. 문자만 보내도 이모양인데.



내 기억속 엄마는 김밥을 쌀 때도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내가 순식간에 이 나이를 먹었듯이 엄마도 그 때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

마음은 그대로인데 달라진 생활, 달라진 관계.

불쌍한 엄마. 나는 엄마를 불쌍하게 한다.


엄마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김밥을 싸고 있을까.

이제 매일 아침, 맥모닝 대신 할머니 김밥을 먹을 것 같다.
Posted by Jerry제리 트랙백 0 : 댓글 2